[김연준 환경칼럼] 벌(Bee)
[김연준 환경칼럼] 벌(Bee)
  • 김연준 기자
  • 승인 2022.03.12 08: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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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꽃피는 봄철의 과수원에는 이상한 일거리가 더 생겼다.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과실나무 꽃에 자연수정이 되지 않아, 사람들이 직접 면봉에 꽃가루를 묻혀 인공수정을 하게 된 것이다. 그전에는 수많은 벌 들이 이꽃 저꽃을 날아 가루받이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수정이 됐었지만, 벌이 사라지면서 자연수정도 함께 사라졌다.
 
“만약 벌이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면, 인간이 생존할 수 있는 시간은 고작 4년밖에 되지 않는다.”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말이다. 서울대 문정훈 교수도 “벌이 살지 않는 곳에서는 인간도 살 수 없다. 벌이 사라지면 인간에게도 ‘조용한 종말’이 찾아온다.”라고 했다.
 
세계 생물다양성 정보기구(GBIF)에 따르면, 2006∼2015년 확인된 벌의 종은 1990년대보다 약 25%가량 감소했고,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벌집에서 일벌(과즙과 꽃가루를 모아 벌통으로 가져오는 벌)들이 통째로 없어지는 일명 군집붕괴현상(CCD, Colony Collapse Disorder)이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여, 양봉농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는데, 이런 현상이 혹시 인간의 ‘조용한 종말’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두렵기만 하다.
 
벌 한 마리의 하루 활동량이 엄청나다. 하루에 대략 4km를 날아다니며, 약 7천 송이의 꽃을 찾아 수분 활동을 하는데, UN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인간이 먹는 식량과 과일 등 수많은 먹거리의 약 75%가 벌과 나비 같은 화분 매개 동물의 수고로움에 기인하고 있다고 한다. 흔하디흔한 곤충인 줄로만 알았던 벌이 이렇게 소중한 존재인 줄은 미처 몰랐다.
 
그럼 왜 벌들이 이렇게 집단적으로 사라지는 걸까?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이상기온, 과다한 살충제 살포, 제초제 사용, 항공방제, 전자파 등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파종 전 옥수수와 콩 종자 등을 코팅할 때 쓰이는 살충제의 주요성분인 네오니코티노이드(Neonicotinoid)는 벌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기억능력을 상실하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미국 퍼듀 대학(Purdue Univ.) 연구진들이 2년동안 농경지 주변에서 죽은 벌들의 독성학적 검사를 한 결과 벌들의 사체에서 네오니코티노이드(Neonicotinoid) 성분이 검출되었다고 밝혔다.(Honeybee deaths linked to seed insecticide exposure. ScienceDaily, 2012.01.12.)
 
살충제를 포함한 각종 농약들을 많이 사용하는 곳 중 하나가 바로 과수원이다. 과수원의 벌들이 사라져 자연수정이 되지 않고, 사람들이 인공수정을 해야만 하는 것도 어쩌면 자업자득이다.
 
바다 생태계의 건강성을 알 수 있는 바로미터가 산호(珊瑚)라면, 육지 생태계의 다양성과 풍요로움을 가져오는 고마운 존재는 바로 벌이다. 바닷속에서는 산호가 지구온난화로 인해 하얗게 죽어가고 있고, 육지에서는 벌이 인간 욕심의 희생양이 되어 사라지고 있다.
 
산호가 죽으면 우리 식탁에서 어류가 사라지게 되고, 벌의 멸종은 인간의 식량문제와 직결된다. 우리를 점점 더 옥죄어 오는 기후위기는 식량위기로 이어질 것이 뻔한데 여기에 벌까지 멸종된다면 인류의 생존은 암울할 수 밖에 없다.
 
매년 5월 20일은 UN이 정한 ‘세계 벌의 날’이다. 생물다양성을 유지하는데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벌들이 사라지는 것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과도한 농약사용 등 인간의 그칠 줄 모르는 욕심에서 초래됐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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